주말농장

주말농장 15년차 고인물의 초보 도시농부에 대한 충고 한마디

넙티비 2025. 3. 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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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주말농장

 

처음 제가 주말농장을 시작한 계기는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습니다. 2011년 5월 28일 시작한 주말농장인데 그때 시작하면서 농사일기를 쓰기 시작했었죠. 농사일기는 2024년까지 쓰다 말았습니다. 아마도 판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마누라님에게서 잠시나마 도망쳐서 내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간 주말농장을 해오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농업인과 주말농장러와의 차이

  • 농사를 직업으로 하느냐 취미로 하느냐가 농업인과 주말농장러와 차이라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 가끔 농사가 재미지다보면 은퇴 후 농사를 전업으로 해볼까 싶기도 한데 최악을 생각하면 역시나 무리입니다.
  • 주말농장은 한 해 농사를 실패해도 내년엔 잘하자 하겠지만, 전업농은 생사가 왔다갔다 하므로 마음자세부터 다르죠.
  • 목숨이 달린 농사와 취미로 하는 농사는 근본부터 다르고 이 차이를 인정하면 매사가 편합니다.

14년치 농사일기

주말농장에 임하는 자세

  • 떼깔 좋은 과실 등 결과물을 얻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립니다. 키우는 과정을 즐깁니다. 옆밭과 비교해서 왜 내 작물들이 잘 안자라지 하면서 자책하고 스트레스 받지 맙시다. 대신 내년엔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더 크고 탐스러운 과실을 얻어낼까 자료를 찾아보고 시도해 봅니다. 이게 재미입니다.
  • 주말농장 선배들의 말에 휘둘리지 맙시다. 배추는 물을 많이 주면 맛이 심심하다니, 감자꽃은 모두 따줘야 한다느니, 농약은 왜 안치냐니 등등... 여기 다르고 저기 다르고 듣다보면 헤깔립니다. 그냥 인터넷 검색해서 여러 의견을 취합한 후 자신에 맞는 방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됩니다.
  • 무기농 무농약 농사는 사치입니다. 따라하기도 어렵고 결과도 좋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면 농약을 사다가 치세요. 진딧물이 창궐하면 진딧물 약을, 달팽이가 배추를 갉아먹으면 달팽이약을 칩니다. 요즘 농약이 잘 나와서 저독성 약의 경우 일주일이면 잔류 독성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 한 종류로 너무 많이 심지 마세요. 다품종 소량의 즐거움이 좋습니다. 농사 처음 짓는 분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상추만 수십주 심어서 먹다가 지치면 이웃에게 나눠주는 분들입니다. 이웃들도 한두번 고마워하다가 너무 잦으면 좋아하지 않습니다. 1년 농장 경험해 보시면 아시게 됩니다. 기본 작물 위에 안해본 작물로 계속 늘려가세요.
  • 농사를 힘들게 짓지 마세요. 매일 나가서 잡초를 제거해 준다거나 매일 물을 주거나... 너무 열심히 안하셔도 됩니다. 3일에 1번 농장에 나가도 열심히 하시는 겁니다. 잡초가 좀 있어도 작물들은 잘 자랍니다. 물론 나중에 잡초제거가 힘들 정도로 게으르면 안되구요. 
  • 농사일기를 쓰세요. 밭에 나가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즐기세요. 나갈 때마다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농사일기를 만들어 보세요. 단순한 일기가 아니고 다음 농사 때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파종시기, 자라는 기간, 열매 따는 시기 등등 나만의 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기장이 아니고 컴퓨터 워드 프로세서로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 주변 주말농장러와 사이좋게 지냅니다. 어줍지 않은 농사 실력으로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잔소리보다는 칭찬을 해주세요. 물어보면 답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먼저 인사합니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습니다. 

마무리

왜 힘들게 농사를 짓냐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창 때 여름에는 잡초 제거하랴, 수확하랴 힘든 시기도 있지만 그만큼 수확의 즐거움은 크고, 농장에 있는 시간은 마음을 위로받는 힐링의 시간입니다. 즐거움은 끝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농사가 고생이 되면 안하는 것이 낫습니다. 할 말은 많은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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